강령술사 아이템과 스킬 그리고 종합적인 설계에 대하여

정복자 레벨도 천오백대도 안되고 솔로 110단, 순위표 100위권 내 뭐 그런거는 엄두도 못내면서도 꾸역꾸역 하고있는 디아블로지만 그래도 헬퍼한번 써본적 없고 오토한번 돌려본적 없는 나름대로의 자존심은 가지고 오리지널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플레이해온 한 사람의 네팔렘으로서 지난 강령술사의 귀환 구입이래 지금까지 짧지않게 생각해 온 바 결국은 말을 해야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명백하게 강령술사는 사기였습니다.
강령술사라는 캐릭터가 사기적으로 강한 것이 아니라 강령술사의 판매 자체가 디아블로 시리즈에 향해온 지난 세월 애정을 모조리 배신한 하나의 사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강령술사라는 캐릭터를 받아보고 지난 2년에 가까운 세월동안(벌써 2년입니다) 어떻게든 내가 원하는 게임 방식을 시도하며 노력해봤으나 처절하게 배신당했습니다.

서론이 길어져서 죄송하지만 이 게임은 디아블로고 저는 절대 이 게임에 대해 짧게 말할 수가 없습니다.
강령술사를 키우고 어떻게든 세팅을 해보려고 아이템을 죽어라 파보기도 하고 모든 기술을 꾸역꾸역 어떻게든 뒤져보면서 어떻게든 설계자의 의도를 파악해보려 노력했습니다만 착잡합니다.

강령술사는 완전히 실패작입니다. 영혼을 거두는 자 초창기의 성전사보다 더 심각한.

강령술사 기술의 설계의도를 짐작할 뿐이지만 최소한 설계자는 정수를 소모하는 기술로 적을 공격하되 정수외의 자원(적의 시체)을 사용하는 시체기술이 전투를 돕는 방식(즉 시체창을 이용한 단일대상 공격, 시체폭발을 이용한 광역공격, 정수자체를 공급하는 포식) 을 선보이려고 의도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악마사냥꾼의 증오/절제의 이중자원체제처럼.
하지만 결과가 어떻습니까? 이게 강령술사에게 느낀 모든 실망의 출발점입니다.
정수를 소모하는 기술은 시체기술이 전투효율을 올려줄 것을 전제로 효율성 낮게 설계되었고 전투효율을 끌어줘야할 시체기술의 원천인 시체를 원활하게 공급해주지 못합니다.
물론 정수를 소모하는 기술과 시체를 소모하는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사용하는 방식을 균형있게 짜넣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었겠으나 이는 분명 강령술사만의 매력적인 전투방식이 될 수 있었기에 크게 아쉽습니다.

나아가 망자의 땅. 망자의 땅 자체는 엄청 좋습니다. 강력하고요.
망자의 땅은 일종의 슈퍼모드입니다.
망자의 땅을 발동한 순간 강령술사는 모든 위협에서 해방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갑갑했던 정수와 시체의 압박에서 해방됩니다.
단 10초동안이지만 망자의 땅이 가져다 주는 쾌감은 짜릿합니다. 무적이 된 기분이죠.
하지만 행복했던 10초가 지난 후의 강령술사는 끔찍합니다.
이게 무슨 네팔렘입니까.
대균열 고단계에서 강령술사가 하는 일이 뭡니까? 재사용대기시간 120초짜리 기술 2개를 꾸역꾸역 구겨넣고 순간의 누킹만으로 모든걸 해결합니다.
저는 강령술사가 적을 죽여 시체를 만들수록 더 강해지는 교전 지속력을 기대했으나 그런 일은 없습니다.
망자의 땅에 올인하는게 나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적어도 지속적인 공방력을 확보하는 방식도 존재해야 맞는 것이 아닙니까?

세트장비 역시 끔찍합니다.
라트마는 지나치게 손이 바쁩니다. 손이 바쁜건 문제가 아닙니다.
적어도 6초마다 해골소환하는거보다는 재밌는 걸로 바쁠수는 없었습니까?
이나리우스와 트래그울은 끔찍합니다.
이 둘이 강령술사의 무성의함을 대변합니다.
이나리우스는 뼈갑옷을 사용한다면 기술구성이 자유롭고 트래그울은 생명력을 소모하는 기술을 사용한다면 기술구성이 자유롭습니다. 여기에 악몽/꿈의 유산까지 더하면 적어도 강령술사는 아무생각없이 기술구성이 가능한 세트가 3개나 된다는 소리입니다.
역병세트는 망자의 땅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앞서말한 정수소모기술과 시체기술을 사용한 지속적 전투를 목적으로 한 것 같으나 끔찍할정도로 실패했습니다.

일반적인 전설장비 이야기로 넘어가면 육두문자는 적어도 하지 않겠으나 강령술사의 정수/시체 이중자원 컨셉의 실패가 안타까움이었다면 이쪽은 그저 실망 그 자체입니다.
어떤 기술에 보너스를 주는 아이템들은 종류도 적고 효과도 극도로 미비하나 거의 아무조건 없이 공격력을 무조건적으로 올려주는 아이템의 효과가 지나치게 강력합니다.
로딩중에 간간히 나오는 팁에 분명 장비의 능력이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기술과 장비를 세팅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크리스빈의 선고는 지나치게 강력합니다. 반대로 이 반지를 착용할 것을 전제로 설계했음이 분명한 강령술사의 공격력은 거한 접사가 붙은 용사 괴물을 상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레일레나의 어둠고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말도안되는 조건으로 공격력을 일괄적으로 올려주는 장비를 만든 의도를 짐작할 수 없습니다.
전설 성물에 기술에 시너지를 주는 장비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강령술사가 성물을 어떤걸 착용하고 있는지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이나리우스가 뼈갑옷을 사용하기에 저는 죽음의 회오리-뼈의 회오리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시너지를 주는 아이템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세트장비와 부위가 겹치지 않는 손목, 성물에 뼈영혼, 죽음의 회오리, 어떤 것이던 좋으니 기술과 시너지를 주는 아이템이 추가되어 다양한 기술과 룬을 사용해보고싶습니다. 단순히 보통에서 달인 난이도 수준이 아니라 고행 이상의 난이도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하나의 세팅으로서 플레이할 수 있는 폭의 증가를 원합니다.

칼란의 지혜는 극도로 폐기율이 높습니다. 개발진들은 지난 몇 년간의 경험으로 적어도 유저들이 목걸이에서 홈, 극대화 피해, 극대화 확률을 무조건적으로 챙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칼란의 지혜에 공격속도를 고정적인 옵션으로 집어넣었다는 점은 거의 심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나리우스 세트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것 외에 의의가 존재하지 않는 목걸이에 이런 악랄한 심술을 부려놓은 것은 장비의 종류를 많이 만드는 대신 한두가지 장비를 뽑아내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며 이는 그저 나태함에 불과합니다. 소비자로서 이런 적나라한 나태함을 마주하니 극도로 당혹스럽고 불쾌합니다. 이전에 개발진들은 한두가지의 공격기술을 사용하거나 소환수들의 뒤에 숨어 안전하게 사냥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긴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개발진들은 우리들로하여금 한두가지 장비를 뽑아내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게 만드는 것입니까? 그것은 바람직한 일입니까?

결국 남은 것은 망자의 땅을 켜고 10초동안 무적의 시체창을 발사하거나 거의 5초마다 해골마법학자를 소환하느라 손가락이 부러질듯하거나 어느쪽이든 적정 난이도에서 거한을 만나면 도망가기 바쁜 결함 캐릭터일 뿐이었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강령술사는 흥미롭고 매력적이며 다양한 시도를 할만한 잠재성이 충분할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설계미스와 안일한 기술과 아이템 구성. 거기에 모든것이 엉망인 사후관리가 강령술사와 디아블로 3에 대한 신뢰를 박살냈습니다.
도대체가 재사용대기시간이 120초나 되는 기술에 극단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면서 능동적인 공방을 주고받는 세팅이 하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이게 개발진들이 즐기는 게임방식이에요?
개발진들은 유저들과 소통해야 합니다.
유저들이 목소리를 내어 표현을 하는 것을 무시한다고 해서 어떤 유저가 디아블로 3을 괜히 구입한 것 같다는 회의감을 느끼는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결과 당장은 비난이 들리지 않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외면 뿐입니다.
적어도 저는 디아블로 4를 구입할 의향이 없습니다. 그게 명작이 되든 수작이 되든 게임계의 수치가 되든 관심없습니다. 강령술사를 그 가격에 팔아치우고 사후관리는 엉망이고 유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블리자드 앤터테이먼트에 돈을 지불할 생각 자체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래저래 글이 길었고 전반적으로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읽어주셨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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