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2 를 다시 즐기고 싶은 스물 여섯 대학생 입니다

안녕하세요, 제목을 보고 제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할 지 디아블로2 유저 분들은 지레 짐작 하셨을 거라 생각 합니다.
맞습니다. 아시아 게이트웨이에서 1만이 훌쩍 넘는 대기열에 할 말을 잃었고, 더는 기다릴 인내심 조차 바닥났습니다. 한국에서 낮은 핑으로 가장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버는 아시아가 유일하니까, 유럽이나 북미 게이트웨이로 우회해서 쓰라는 영양가 없는 답변 따윈 바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디아블로2를 다시 찾아와주는 사람들이 급증해서 서버가 감당하지 못한다는 답변 또한 어불성설입니다. 물론 저 처럼 추억에 젖어서 디아블로2를 재설치 하고 다시 찾아오는 사람도 많겠죠, 적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서버가 과부하가 올 정도로 다시 몰릴 거라는 생각도 없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세월이죠…
블리자드 직원분들에게 제가 진심으로 호소하고 싶은 것은 디아블로2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게이머들이 처한 상황을 외면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는 것 입니다.
현재 아시아 서버 과부하의 원인은 ‘자동사냥 유저들의 살인적인 매크로 확장’ 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수 십개에서 그칠 정도로 소규모 였었는데, 이제는 한 사람이 수 천개의 매크로로 기업수준의 확장을 하고 활개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재밌는 게임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다시 발걸음을 돌려 다시 디아블로2 에 오게 되더라구요… 솔직히 이만한 게임이 없습니다. 근데, 한 번 게임을 개설 하는데 삼 십여분이 소요되니까 점점 지칩니다. 이제 아예 놓아줘야 하나… 이런 생각도 많이 들었구요.
스물 여섯의 나이가 어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디아블로2를 사랑하고 계속 즐기시던 유저분들에 비하면 어리겠죠, 다르게 말하면 이 분들은 이제 3~40대의 형님들 입니다. 사회를 책임지고 있고, 더 깊이 들어가면 아내와 자식들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들이 제일 많을 겁니다. 이 분들은 시간이 없습니다. 사회에서 직책을 다 하고, 가정에서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 하느라 본인만의 여가를 가질 숨 돌릴 틈이 없습니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돌아왔는데 숨이 턱 막히는 대기열이 가로 막고 있으면 얼마나 허무하고 서운하겠습니까?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음식이지만,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건 추억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추억 하나 때문에 돌아오는 사람들을 자기 욕심 채우는 소수의 이기주의자들로 부터 가로막히지 않게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블리자드 직원 여러분,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확실한 대응책과 지엄한 제재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디아블로2를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좋아요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