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로테이션

우리나라 속담에는 “거문고 인 놈이 춤을 추면 칼 쓴 놈도 춤을 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할 처지가 못 되는 일을 남이 하니까 덩달아 따라하다가 웃음거리가 된다는 뜻입니다. 같은 E-스포츠 게임인 레인보우 식스 시즈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20명의 캐릭터로 시작하여 매시즌(3개월) 단위로 2개의 캐릭터를 추가해왔고, 5년차 시즌 1이 시작된 지금은 총 54명의 캐릭터가 존재합니다. 또한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제작진 측에서 밴하는 것이 아닌 10명의 유저가 투표를 통해 공격 캐릭터 2명, 방어 캐릭터 2명을 밴하는 시스템으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물론 밴은 원하면 하지 않아도 되고요. 예전에는 프로 리그 한정으로 적용되다가 나중에는 일반 유저들에게도 이 시스템이 적용되었습니다. 유저들은 그렇게 큰 불만 없이 시스템에 순응하였습니다.

오버워치는 21명으로 시작해서 현재까지 겨우 10명이 추가되었습니다. 심지어 시그마가 나온지 8개월 다 되가는 2020년 3월, 어느 신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는 쌓이고 쌓이다가 로테이션 2주차에 제대로 터졌습니다. 바로 아나, 모이라의 밴입니다. 지금 현재 기준으로 고힐량을 가진 힐러는 4명입니다. 바로 아나, 모이라, 메르시, 바티스트죠. 브리기테도 힐량이 작은 편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전투 상황에서만 제대로 된 힐이 가능하는 점 때문에 브리기테는 제외했습니다. 지난 시즌 바티스트는 힐러 전체 픽률 5위, 그마 구간 픽률 최하위권이었습니다. 메르시는 말해봤자 입만 아프고요. 모이라는 고인 수준은 아니고요, 아나는 그마 구간 기준으로 필수픽이고요. 방금 서술한거 같이 고힐량 힐러 중에서는 모이라, 아나가 살아있는데, 이 살아있는 2명을 밴을 해버리는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탱커 생존력이 떨어지겠죠. 바티스트를 기용하면 되지 않냐고 하실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근데 바티스트는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습니다. 스킬 쿨타임도 길고요 치유 무기가 곡사형이라 맞추기 약간 까다롭습니다. 저힐량 힐러들은 조건부적인 고힐량(루시우는 E, 브리기테는 팀 단위 싸움, 야타는 초월)이고요.

결국 이로 인해서 저를 포함한 많은 힐러 유저들이 들고 일어나는 해프닝이 생겼습니다. 근데 더 심한것은 픽률이 10% 이상인 캐릭만 밴 한다는데, 3월 14일 기준으로 아나가 13.57%,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2위는 5.21%인 모이라, 3위는 3.31%인 루시우 입니다. 그러면 나올 결과는 아주 뻔하죠. 그리고 메타 고착화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이 밴 시스템을 적용하신거 같은데, 밸런스 패치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기만 해도 메타 고착화는 방지됩니다. 근데 게임을 29년간 만들어온 회사에서 밸런스 패치하나 제대로 못 합니까? 차라리 토드 하워드에게 오버워치 밸런스 패치를 맡기면 지금보다는 잘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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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공감합니다. 메타 고착화를 영웅의 다양성으로 해결하는게 아닌 로테이션 벤으로 한 이번 패치는 최악의 패치인듯 합니다. 영웅의 숫자가 너무나도 적어서 선택지가 쥐꼬리만하니 고착화가 되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