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힐러가 준수한 딜링능력을 가지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요. 영웅의 컨셉은 당연히 다양할수록 좋죠.
다만 그걸 팀플을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쓰면 게임 전체에 문제가 될 건데, 그런 사람이 꽤 많아요.
몇몇 힐러영웅들은 체급이 좋고 딜러와의 1:1대결에서도 오히려 더 좋은 경우도 있는데, 이런 점이 메리트가 되고 구실도 되고 변명거리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원가들의 케어스킬들 자체가 팀 단위를 베이스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성능이 좋고, 그걸 오롯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썼을 때 지원가 본인의 생존력은 엄청나게 올라가겠지만 나머지 팀원들은 힘들어져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가 역할고정이란 모드를 원하게 됐을 때를 생각해보면, 각각의 포지션을 수행할 사람을 확정적으로 구하는 게 최우선 목표였거든요?
팀 간에 포지션별 비율이 무너지면 어김없이 게임이 재미없는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에요.
팀 내에 탱커와 힐러가 부족할 때가 많았으니까요. 그 당시 고통받는 건 늘 탱커와 힐러의 몫이었어요.
근데 지금 힐러포지션이 가면 갈수록 점점 역할고정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몇몇 힐러영웅들은 성능상 마음먹기에 따라 힐러도 되고 딜러도 되는데 그걸 사리사욕에 이용해먹는 지원가유저들 많아지면서 마치 자유모드처럼 힐러가 몇 명일지 알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습니다.
애초에 역할고정은 뭣하러 만들었나요.
딜러인지 힐러인지 구분이 모호한 성능과 컨셉을 인정해줄거였으면 굳이 역할고정은 만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럴거면 딜러에 가까운 로드호그도 탱킹이 되든 안 되든 그냥 원콤이 되는 버전 그대로 냅뒀어야죠.
그 옛날 로드호그로 탱킹 안하던 짓이랑 지금 힐러들이 힐을 소홀히 하는 짓이랑 다를 게 없어요.
그럼 또 힐러는 힐만 하란 뜻이냐는 불만이 생길수도 있는데, 처음에 말했듯이 사람이 문제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힐과 딜이 적절하게 분배된 이상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유저는 소수에 불과하고, 애초에 마음먹기부터 불순한 사람도 많기 때문이에요.
이건 말 그대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문제와 같아요.
현실적으로 힐러영웅에 대해서 딜과 힐의 조화가 별 문제 없이 가능하다면, 포지션 상관없이 모든 영웅들에게 힐능력을 적절히 골고루 잘 분배해줘도 될 것 같은데요. 아닌가요?
사실 이건 잠깐만 생각해봐도 너무 이상적인 얘기에요. 그리고 그건 힐러쪽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딜과 힐.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가 함께 공존하는건 욕심이에요.
힐러들의 딜링능력은 위기상황을 모면하는 정도에서 그쳐야 하고, 만일 그걸로 부족하다면 생존기를 상향시키고 딜링능력은 그대로 뺏는 게 맞아요.
힐러포지션은 딜링보다 힐링을 더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만 고르게 했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딜러를 고르도록 게임이 유도를 잘 해줘야죠.
힐 안한다고 신고하고 제재알림 몇 번 봐봤자 뭐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요.
힐러가 힐을 소홀히 하는 건, 딜러가 딜을 소홀히 하고 탱커가 탱킹을 소홀히 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시스템상으로 통제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힐러의 딜링능력을 뺏고나서 힐러유저가 많이 부족해진다면, 그건 힐러의 탈을 쓴 딜러유저가 많았던거라고 봐야 하겠고 그에 맞춰서 또 패치를 잘 해주면 되는 문제에요.
가령 힐러의 생존능력이나 다중힐능력을 상향시키면서 포지션비율을 1탱/3딜/1힐로 가보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