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까지 롤만 하던 나는 16살 중학교 3학년 말, 오버워치로 첫 FPS에 입문했다. 아버지를 겨우겨우 설득해 처음으로 게임을 돈 주고 샀다. 45000원. 그 당시 나에겐 꽤나 큰 돈이었다. 문제집을 두 권이나 살 수 있을 정도니. FPS를 처음 해봤던 나는 위도우 줌 하는 법도 몰라서 위도우로 총만 쏘고 다녔다. 그때는 그것조차 재밌었다. 친구들과, 팀원들과 “함께” 게임을 했으니까. 그 이후 거의 매일같이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같이 1시간씩 오버워치를 했다. 주말엔 5시간씩도 했다.
2019년, 고등학교 3학년. 입시로 인해 약 8개월 정도 게임을 접었고, 열심히 공부해서 고려대에 왔다. 괜찮은 대학에 왔으니, 이제 놀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오버워치를 다시 켰다. 처음엔 좋았지. 학창 시절 향수가 떠오르는 듯 했다. 근데, 이번엔 뭔가 이상했다. 게임을 계속 하니까, 재미가 없었다. 매판 팀원들과 마찰이 있었고, 팀원들은 항상 서로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심하면 패드립도 서슴지 않았다. 또 나는 잘했는데 지고, 내가 못했는데 이겼다. 뭔가 이상했지만, 그래도 계속 게임을 했다. 내 학창시절의 추억이 그래도 녹아든 게임이니까. 살면서 이렇게 재밌었고 시간을 쏟은 게임은 없었으니까.
어느날, 내 계정이 신고당했으니 채팅을 못한단다. 내가 무슨 짓을 했길래 갑자기 이런 제재를 주나 싶었다. 아. 조합을 안 맞춘 팀원에게 다른 픽으로 바꾸라고, 상대편 겐지의 킬캠을 보니 핵의심이 된다고, 유저들끼리 채팅으로 매칭 시스템이 이상하다고, 힐러에겐 대응책이 거의 없는 솜브라에게 계속 죽으니 뒷라인 좀 봐달라고 했었지. 그래. 고작 자그마한 볼멘소리를 냈었지.
뭐 운영진이 보기엔 괘씸했을 수 있다. 근데, 남들이 다 오버워치를 욕하고, 떠나도, 난 8년동안 참고 게임했는데. 고등학생 때 밤새서 루나틱 하이 경기 돌려보고, 류아나 따라해보려고 하루에 8시간씩 게임도 해봤는데. 그만큼 난 이 게임에 진짜 애정이 있어서 싫은 소리를 한 것 뿐인데.
이제 기억났다. 오버워치 2가 나오고 나서부터는, -아니 에코가 나온 시점이 더 맞을 거 같다.- 팀원들과 “함께” 게임한다는 느낌이 서서히 없어지고 있었다.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소속감이 생기지 않는 것처럼, 팀원들과의 유대가 전혀 생기지 않았다. 그저 게임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는 개인들의 집합체인 것 같았다. 처음으로 게임에 싫증과 환멸이 났다.
제재에 대해서 이의 제기를 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마음 구석에서는 이미 실망이 가득했던 것 같다. 차라리 잘 됐다. 이런 망겜 접자는 말이 처음으로 입 밖으로 나왔다. 친구들이 모두 오버워치를 떠날 때도, 친구창에 마지막 접속이 몇 달 전으로 도베되어있을 때도 안 들었던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이젠 진짜 떠날 때인가 보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럼, 끝이 안 좋으면 모든 것아 안 좋은 것일까. 적어도 나에게 오버워치는 그럴 것 같다. 꽤 많은 게임을 헤봤지만, 게임 자체의 흥미보다 운영진의 방만으로 인해 접는 게임은 처음이다. 8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지 않다. 누군가가 변화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게임 운영을 바로잡기에도 충분한 시간일 것이다. 이 시간동안 변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변하지 못할 것이다. 잘 있어라, 오버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