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날 베타때부터 해오던 유저입니다. 당시에는 대학생이었는데, 지금은 IT 회사 대표가 되었네요. 아무튼 스타2는 제 청년시절을 함께한 소중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할때마다 게임이 “이상해서” 꺼버리게 되는 마법이 있습니다. 재미있는데 게임이 이상합니다. 어떻게 이상하냐면 밸런스가 극단적으로 이상합니다. 그 얘기를 써볼까 합니다.
사실 이 밸런스 문제는 자날때부터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불곰이 사기니, 테란이 사기니 뭐니 했는데 지금은 뭐 불곰이고 나발이고 다 파훼법 나왔고 어떻게든 굴러가는 게임이 되었죠. 그 과정에서 밸런스팀의 노력이 있었고 확장팩이 있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역시 불곰, 좀 더 확장하자면 테란의 바이오닉으로 귀결됩니다. 바이오닉을 어떻게든 스타1처럼 약해빠진 보병 나부랭이로 안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이 결과적으로 게임을 이상하게 만들었습니다. 테란이 사기라고 얘기하고 싶냐고요? 아닙니다.
스타2의 바이오닉은 스타1의 바이오닉보다 훨씬 강합니다. 이건 누구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스타1에서는 바이오닉이 어떻게 약했을까요? 네 정답은 방사피해입니다. 바이오닉은 방사피해에 치명적으로 약했습니다. 러커에 녹아났고 사이오닉폭풍과 리버에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타2에서는 이 약점을 막기 위해 바이오닉에게 엄청난 버프를 줬습니다.
- 해병 체력 증가
- 불곰
- 의료선
자 그래서 바이오닉은 엄청 강해졌습니다. 불곰의 튼튼한 맷집은 방사피해 따위로 쉽게 죽지 않았죠. 물론 그렇다고 안 죽는건 아니었습니다. 해병도 방사피해에 어느정도 버틸 수 있게 되었고요. 의료선은 바이오닉의 생존률을 많이 높여줬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면 바이오닉이 강해졌으니 저그랑 프로토스도 똑같이 강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네 그렇습니다. 그래야 밸런스가 맞죠. (바이오닉은 스타1에서도 원래 방사피해만 없다면 효율이 굉장히 높은 조합입니다.)
1티어에서, 그래서 추적자는 점멸이라는 스킬이 생겼으며, 저그는 맹독충이 생겼습니다. 아, 스펙 상향이 아니라 그냥 이것저것 생겼습니다. 그럼 이제 다른 종족은 바이오닉에 대항할 수가 있을까요?
소수전투에선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전투에서는 “아닙니다.”
바이오닉은 대규모 전투에서 너무 강했습니다. 동급 유닛들을 무참히 찢어버렸죠. 상대조차 안 되도록.
그렇다고 다른 종족이 약한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겐 다른 병기가 있으니까요. 바로 거신, 고위기사, 히드라리스크, 가시지옥 등
저글링 맹독충만으로는 해불선을 상대할 수는 없지만 히드라가 섞이면 힘싸움이 가능해졌습니다. 추적자 광전사 파수기로 해불선을 상대할 수는 없지만 고위기사 거신이 있으면 압도할 수 있었습니다.
자 이제 문제가 보이시나요?
혹시 안 보이셨을까봐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추적자는 관문유닛입니다. 1티어 프로토스 유닛이죠. 프로토스의 테크트리는 이후 3갈래로 나뉩니다. 기사단, 우주관문, 로봇.
스타1에서 이렇게 설계된 이유는 이후 유닛들이 “보조” 유닛이기 때문입니다. 그들 자체가 주력이 될 수 없고, 질럿과 드라군을 보조해주는 유닛들입니다. 그래서 어떤 보조유닛으로 할지 하나의 갈래를 먼저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타당했습니다.
다시 추적자로 돌아올게요. 추적자는 관문유닛입니다. 견제를 위한 유닛이 아닙니다. 전방에서 총알을 받으면서 후방을 지키고 전방을 공격하는 유닛입니다. 적절한 화력과 적절한 방어력을 갖춘 유닛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점멸이라는 스킬은 이 기본적인 법칙을 무시했습니다. 추적자를 이리저리 왔다갔다 견제하면서 간보고 습격하고 뛰어드는 정신나간 유닛으로 만들었습니다. 튼튼해져야할 위치에 있던 유닛은 기동성과 게릴라전을 위한 유닛이 됐습니다. 이 유닛은 이런 능력이 있기에 더 강해지면 안 됩니다. 하지만 강해지지 않고는 해불선과의 힘싸움을 절대 네버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고위기사랑 거신이 있습니다. 이들은 해불선과의 힘싸움을 하기에 충분히 강력합니다. 그런데 이 강력함이 어느정도여야 할까요? 추적자는 전투력이 똥이기에, 이 유닛들은 그 빈 자리를 채워줄 정도로 강해야합니다. 그래야 대규모 전투에서 밸런스가 맞으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네 정답은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약하게 하면 프로토스의 힘은 너무 약해지고, 강하게하면 해불은 아예 못 씁니다. 그게 당연한 질서입니다. 이거를 바로잡고자 매번 거신 너프, 버프 반복하고 고위기사를 어떻게 바꿔볼까 별 이상한 짓거리를 다 하고. 결과는 어떤가요? 이 유닛들은 살짝만 건드려도 게임이 그냥 다 바뀝니다. 밸런스 체계가 그렇게 똥이거든요. 해불선이 강해서, 추적자는 견제 유닛이니, 이들은 더 매우 강해야합니다. 그냥 XX 쎄야돼요. 근데 그러면 해불선이 아무것도 못 해요. 너무 불합리하게 느껴지겠죠. 그래서 뒤틀리는겁니다. 이미 기초공사부터 똥망이고 모래사장에 기둥 세우면서 왜 기둥에 똑바로 안 세워지지? 이러고 있는 꼴입니다.
저그전 양상도 똑같아요. 그나마 저그는 맹독충이라는 유닛 때문에 초반부터 바이오닉 카운터가 되고 컨트롤 여하에 전투가 달라지니 할 말이 적죠. 하지만 지상에선 카운터가 불가능한 가시지옥이라던가 이런 유닛들도 결국 이런 똥같은 양상을 커버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닛입니다. 이번에 패치된 다크스웜도 이 모래사장 위에 기둥을 세우고자 만들어진 유닛이라고요.
또한 저그전 유령같은 유닛도 설계 자체부터 틀려먹은 것 같아서, 할말이 많지만 이 글은 전체적인 양상을 적는 글이므로 생략하겠습니다.
밸런스가 맞으려면요,
첫째로,
해불선 vs 관문유닛
또는
해불선 vs 바퀴히드라
이 전투들의 양상이 대등해야 합니다. 그 이후에 이후 밸런스를 논할 수 있게됩니다.
그 이후에 고위기사나 거신을 적정선으로 약하게 할 수 있고, 다크스웜 같은 갑작 뜬금포 스킬들의 도입여부를 결정할 수가 있게됩니다. 지금 사이오닉폭풍이나 뭐 다른것들 아무리 건드려봐야 답이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맞출건데?
맞추는 방법은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겁니다. 당연히 프로선수들 의견도 많이 들어봐야 하고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제가 제안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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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자극제 너프
전투자극제는 효율이 너무 좋습니다. 너무 강합니다. 해병과 불곰의 스펙은 전투자극제가 없다는 전제하에 정의된 수치입니다. 아무리 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투자극제를 먹은 바이오닉은 그 성능을 너무 많이 올립니다. 스타1에서 드라군이 스팀팩쓰면 게임이 어떻게 될까요? -
점멸 너프
지금 점멸은 게임 양상을 개판으로 만듭니다. 테란의 진출을 너무 과도하게 억제하고 소규모전투에서 지나치게 이익을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점멸때문에 추적자라는 유닛의 정체성이 이상합니다. -
바퀴 조정
바퀴는 지금 초반에만 뽑고 안 뽑는 유닛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니면 궤멸충으로 변태해서 그냥 올인박는 유닛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예전에는 바퀴 인구수가 1이었습니다. 바퀴는 성능으로 보나 테크로 보나 인구수 1이 맞습니다. 하지만 바퀴 인구수를 롤백하면 초반에 저그가 너무 강할겁니다. 그래서 바퀴 가격을 내리고 인구수도 내리고 스펙도 내리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차피 밸런스팀이 볼리가 없지만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플레이 해온 유저로서 한마디 적었습니다.
이거말고도 할 말이 많습니다. 솔직히 메카닉 유닛들도 문제가 많고 울트라같은 유닛도 여러모로 컨셉이 안 좋습니다. 유닛 하나하나 할 말 진짜 많습니다. 그래도, 딱 이 정도만 적겠습니다.
메아리가 울리든 말든 그냥 지나가다가 보고 작은 여론이라도 조금 바뀌었으면 합니다. 정말 사랑하는 게임이니까요.